사회적 증거의 법칙 - 군중은 피로해
나로 살아가는 것
팜므느와르님이 쓰신 글을 어느새 아껴 읽고 되었는데 그분의 글은 신문의 칼럼 같은 느낌을 가끔 받는다. 신문과는 달리 주로 밤에 그분의 글을
읽게 되는 데 그날 하루 나의 일상을 지켜보고 쓰신 글 같은 글을 만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거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거나, 어제처럼 "어머 어쩜~~~나도 그 경험 했어요."라며 막 수다를 떨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팜님의 글을 다시 읽고 간지러움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먼댓글을 꾹 눌러버렸다. 팜님의 수준 높은 글에 달리는 먼댓글이 허접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라 몇 초 고민했지만 가려운 건 긁어야 하니까,^^;;
그제 금요일 남편과 함께 (큰 아이들은 캠프 가고 없었고 해든이, 그리고 나) 잭 리처를 보러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남편 "새넌 영 기억나?"
나 "그럼, 왜?"
남편 "내가 한 달 전에 새넌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니 어제 나를 친구로 추가했어."
나 "어~ 그래? 잘 됐네. 어떻게 지낸 데?"
남편 "내 페이스북 보면 알겠지만 지금 군대에서 군의관으로 있다네."
나 "뭐? 군의관????ㅎㅎㅎㅎㅎㅎ새넌 답다!!!"
새넌은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함께 살았던 나의 룸메이트인데 키가 내 남편만큼 컸던 빨간 머리(그렇다고 정말 빨간색을 상상하면 안 된다. 아주 약한 빨간 머리라서)에 더구나 지독한 곱슬머리에 눈이 큰 모델삘이 나는 아주 멋스러운 친구였는데 독특했다. 그녀는 내 룸메이트이기도 했지만 같은과 선배이기도 했다. 더구나 우리는 학교 안의 같은 공간에서 일했고 그녀는 내가 남편과 결혼할 때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친구 중 하나였다. 학교 근처의 콘도에서 그녀, 진저라는 그녀의 사촌, 그리고 내가 한집에서 살았었다. 남편과는 그 당시 데이트 중이라 남편도 함께 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ㅎㅎ 아침에 눈 뜨면 우리 집 앞에 와서 같이 학교 가고 밤 10시면 어김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먹는 것도 우리 집에서 해결하고 뭐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어즈버. 추억은 늘 아름답구나.ㅋ) 새넌은 나와 같은 전공을 했지만 그 당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공부도 잘 했던 그녀라 뭐든 잘하고 잘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프리메드를 해서 의대에 진학하고 군대를 가고 군의관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 오키나와에서 근무중이라고 하는데 일 년에 한 번은 꼭 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그녀의 페이스북에 가보니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 많았다. 우리는 우리가 미국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꼭 만나자고 했는데 그녀가 언제 한국에 다시 올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아직도 결혼을 안 하고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녀의 개들이 다 그녀를 닮았다고 말하니까 남편이 새넌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해서 웃었다.ㅎㅎㅎ
새넌의 개 사진은 내리고 비글의 사진을 올렸다. 사람은 자기를 닮은 개를 좋아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비글은 남편이
좋아하는 개이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비글을 사겠다고 결심하는 남편.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것 같은데 나는 겁이 많아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암튼 우리 집은 비글이나 다른 하운드개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설이 긴 이유는 이제부터 팜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와 남편이 했던 대화가 팜님의 글과 아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 더 인내해 주시길.^^;;
이야기의 발단은 새넌이 남편의 페이스북 친구가 된 후 남편이 올린 가족사진을 봤고 그 중 남편과 내가 번들거리는 얼굴을 맞대고 2011년 결혼기념일에 찍은 사진인데 그걸 본 새넌이 그 사진 밑에(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사진)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 사진을 좋아한다고 '좋아요'를 눌렀는데 그 이후로 남편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우르르 그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거다. 더구나 우리 시어머니까지 " 이 사진을 왜 못 봤지? 아주 좋구나~."라는 댓글을 남기셨다는!!!ㅎㅎㅎㅎ 새넌이 댓글을 달은 문제의 그 사진은 남편의 페이스북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좋아요가 무지 많아진 건 물론이고 친구들의 댓글도 10개가 넘는데 다 새넌이 처음 단 댓글처럼 무지 좋다는 반응.ㅎㅎㅎ그런데 더 웃기는 건 그 사진이 2011년 결혼기념일이라고 분명히 써 놨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이 결혼기념인 것처럼 한 사람이 "결혼기념일 축하해"했더니 그 밑으로 주르륵 축하한다는 댓글이 달렸다는 웃지 못할 사실. 예전에 내 서재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내 글은 읽지 않고 댓글만 읽고서는 엉뚱한 댓글을 달았던 몇 몇 서재 지인들이 기억난다. 그 이후로 그분이 댓글을 달면 "내 페이퍼를 읽고 다는 댓글일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는 역시 찜찜했던 기억. 하긴 그 사건(?) 이후로 나도 댓글 달 때 꼭 내용을 다 읽어보고 다는 습관이 들었으니 나에겐 좋은 가르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암튼 어제의 해프닝을 보면서 남편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믿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했었다. 누군가 댓글을 달거나 추천을 하면 그 비슷한 반응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화제의 글로까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그 얘기가 틀리지 않은 게 나 역시 알라딘에서도 보면 화제의 글에 오른 글 위주로 글을 보게 되고 그 서재지기의 서재를 더 자주 방문하게 되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가끔 아주 좋은 글을 읽었을 때 아무 댓글이나 추천이 안 달린 걸 보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팜님이 그것에 대한 글을 아주 간결하면서 똑 부러지게 써 놓으셨다.
인터넷 공간을 예로 들자. 같은 이슈라도 댓글이 없는 쪽보다는 댓글이 한 번 달리기 시작하는 쪽에 더 많은 댓글이 달린다. 또, 첫
댓글이 호의적이면 부정적일 때보다는 훨씬 많은 다른 댓글을 유도한다. 원글 자체보다 다른 댓글의 움직임에 따라, 쓰고자 하는
댓글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마치 빨간 불인데도 바쁜 누군가가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면 너도나도 우루루 따라하게 되는 것과 같다.
-팜므느와르
군중심리라는 것이 그렇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심리가 인터넷에서는 더 확연하게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다. 어제도 남편은 그 사진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니까 불편해하고 좀 허탈(?)한 것 같았다. 개기름 번지르르한 얼굴을 마주 대고 찍은 사진이 갑자기 인기가 있어졌다는 사실이 어찌 불편하지 않겠는가. 그 사진 앨범 안에는 그 사진 말고 더 사랑스럽고 멋진 사진이 많은데 하필이면 그 사진이 갑자기 모든 친구의 페이보릿이 되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팜님은 [설득의 심리학]을 올려주셨는데 내가 찾은 책은 [군중심리학의 ABC]와 귀스타브 뤼 봉의 [군중심리]라는 책인데 역자가 여러 명이다.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군중심리학의 ABC]가 쉽고 간단하게(?) 정리 된 듯 보인다.
그리고 금방 hnine님이 올리신 리뷰를 읽고 알게 된 책.
hnine님이 인용하신 밑줄긋기에도 군중심리에 대한 글이 잘 나와있다. 뭐 좀 다른 각도에서 말 한 것이지만 말이지.
'정보를 지닌 개인들'이 단 5퍼센트만 있어도 200명에 이르는 군중들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무리를 따라간다. (182쪽-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